있었던 것들은 사라지고, 계속 해서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. 매일 매일 바쁘게 변해가는 모습을 따라잡기도 벅찰 만큼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. <작년에 봤던 새>는 세상의 속도와는 반대로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천천히 담고,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. 해가 바뀌어도 자신이 살던 곳을 기억하는 새들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데, 양수(강진아 분)와 선재(김미진 분)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나가야만 한다. 그들은 ‘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’라고 적힌 전단지와 벽보를 하나씩 떼어 내며 담담하게 정리하는 듯 보인다. 그러나 쉽게 입을 떼기 어려운 선재의 질문처럼, 그들의 마음은 그 자리를 맴돌고 있을 것 같다. 작년에 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.
-예심위원 민지연